33.감 울던 아이도 울음을 그친 곶감 탐스러운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려 담 밖으로 휘어져 나온 감나무는 해마다 동네 조무래기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곤 한다. 한가위가 지나고 찬서리가 내리는 초겨울녘에도 감나무 꼭대기에는 어머니가 까치밥으로 남겨둔 탐스러운 열매가 한 두개쯤은 남아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따뜻하고 넉넉한 마음을 지닌 우리만의 정경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추수가 끝난 늦가을녘, 초가집 뒤란에 주홍색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감나무의 모습은 그야말로 토속적인 정취를 물씬 풍리며 향수를 자아내곤 한다. 감은 여러가지 과일 중에서도 약효가 뛰어나 예로부터 생명의 과일로 일컬어져 왔다. 게다가 감은, 과실은 물론 잎, 꼭지까지도 약효가 있어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이처럼 귀중한 약재인 감은 언제부터 있어온 것일까. 나무에 매달려 있는 그 정겨운 모습이 말해주듯, 감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이 원산지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명종(1138년)때 '고욤'이라는 단어가 나와 있는데, 이것이 감의 원명칭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조선 성종(1470)때의 고서에도 건시, 수정시 등의 기록이 있다. 그리고 조선 초기의 진상품에 감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재배의 시작은 고려시대로 봄이 타당할 것이다. 감은 단감과 떫은감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를 다시 세분할 수 있다. 단감 종류라 하더라도 추운 지방에 심으면 떫은감이 된다. 이것이 바로 종자와 풍토의 관계를 입증하는 사실이다. 감의 껍질을 벗겨내고 꼬챙이에 꿰어 말린 것을 곶감이라 하는데 이것을 건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곶감은 조상대대로 우리나라 건시 과실의 대표격이다. '곶감'말만 듣고도 울던 어린아이가 울음을 뚝 그쳤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예로부터 곶감은 기호품으로 사랑을 받아 왔다.
성분
감의 주성분은 탄수화물이고 포도당과 과당이 많이 들어 있다. 또한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점재되어 있는 탄닌 세포 속에 존재한다. 탄닌은 점막표면의 조직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설사, 기침, 만성기관지염, 고혈압 등에 좋으며 지혈에도 좋다. 감잎에는 다량의 비타민 C가 들어있는데 그 함유량이 무려 사과의 8배에 달한다. 또한 감에 들어있는 카로틴 계의 색소는 우리 몸 속에 들어가 비타민 A로 변한다. 비타민 A는 항암작용을 한다.
쓰임새
일반적으로 단감은 그대로 생식하고 떫은감은 떫은맛을 제거하여 생식한다. 감의 ㄸ은맛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첫째, 큰 통에 ㄸ은감을 담고 부피비 30∼40% 정도의 에탄올이나 30도 정도의 소주를 분무하여 20℃에서 4∼5일간 밀패한다. 둘째, 큰 통에 떫은감을 넣고 부피비 50%정도의 이산화탄소(CO2) 또는 적당한 양의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밀폐하여 3∼5일간 그대로 둔다. 저장하는 방법은 품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0℃에서 폴리에틸렌 봉지에 담아 저장하면 2개월 이상 보존할 수 있다. 감즙은 특히 고혈압에 좋다. 떫은 감즙을 집토끼에게 날마다 먹이면 혈압이 날로 내려갈 정도이다. 감즙을 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꼭지를 딴 떫은감을 절구에 넣고 짓찧는다. 여기에 감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양의 물을 붓고 잘 버무려서 다른 용기에 옮긴다. 이것을 날마다 한번씩 휘저어 주고, 약 1주일 정도 지나서 감즙을 자루에 넣고 두부처럼 짠다. 짜낸 액즙을 용기에 넣고 뚜껑을 덮어 밀봉한 후에 5∼6개월이 지나면 매일 한 두잔씩 마시도록 한다. 제조시에 만약 익은 감이나 상한 감이 한 개라도 들어가면 전부를 망치게 되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감잎은 비타민 C의 보고(보고)이다. 이 감잎을 이용하여 끓인 '감잎차'는 현대인의 성인병을 예방해주고 미용, 건강을 지켜주는 대용차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감잎차를 날마다 마시고 당뇨병을 치료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암, 알레르기 증상, 심근경색 등의 난병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감잎에 비타민 C가 특히 풍부한 시기는 7∼9월이다. 그리고 차의 재료로는 떫은감의 잎일수록 좋다. 그것이 없을 경우는 단감의 잎이라도 어린 것을 따서 쓴다. 이렇게 채취한 감잎을 건조시킨 다음, 가로 3mm 정도로 썰어서 시루에 얹어 찐다. 너무 많이 찌면 비타민 C가 물기운에 녹아버리고 덜 찌면 비타민 C가 충분히 추출되지 않는다. 오로지 숙련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대개는 끓는물에서 3∼4분 동안 찌며 그 사이에 감잎을 한번 뒤집어 불필요한 물기를 증발시키면 된다. 쪄낸 감잎은 통풍이 잘 되는 장소에서 말려 용기에 넣고 밀봉하여 보관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 따뜻한 물에 타서 먹으면 훌륭한 차가 된다. 감잎차 1백g에서 보통 6백∼8백mg의 비타민 C를 얻을 수 있는데 이 비타민 C는 합성비타민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열을 가해도 원래의 비타민 C 함유량이 많기 때문에 손실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장점을 지녔다. 또한 감잎차는, 다른 차 종류가 알카리성인데 비해 약산성이므로 많이 마셔도 위에 부담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카페인이 없어 자기 전에 마셔도 잠이 오지 않는 경우는 없다. 감잎차는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뛰어나고 체질강화, 위장강화, 음주 뒤의 숙취에도 유용할 뿐만 아니라 아름답고 건강한 피부를 가꾸게 해준다. 감을 말려서 만드는 곶감은 보통 천일건조 방법을 이용하지만 훈증으로 화력건조시킨 제품이 우수하다. 제조과정 중에 곶감의 표면에 생긴 백색분은 포도당, 과당으로, 건조에 의해서 농축된 당액이 마지막에 표면에서 수분이 증발하자 결정으로 변하여 나타난 것이다. 민간요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감과 곶감은 감기 또는 숙취에 효과가 있다. 특히 생강을 달인 수정과 등을 마시면 좋다. 벌레에 물렸을 때 감즙을 사용하면 좋다. 또한 감꼭지는 딸꾹질의 묘약으로도 유명한데, 딸꾹질이 멈추지 않을 경우에는 감꼭지와 함께 비슷한 양의 솔잎을 물에 달여 마시는 것도 좋다. 어린이가 설사를 그치지 않을 때는 곶감을 바짝 말려 분말을 만들어서, 비슷한 양의 쌀과 함께 죽을 쑤어 먹인다. 얼굴에 기미와 주근깨가 많은 경우에는 곶감을 하루 2∼3개씩 장기간 복용한다.
이것이 토종
감은 토종이 따로 없다. 지금도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 탐스런 열매 어느 것이라도 재래 토종이다. 감은 동양이 원산지로 특히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특산물이다. 그러나 감나무가 자라기에 적합한 온도는 평균 11도 정도이며 너무 따뜻한 곳에서 자란 감은 품질이 떨어진다고 한다. 오히려 고냉지에서 선선한 바람을 쐬고 자란 감이래야 제맛을 내며 약성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190여 종이 조사되어 있으며 이중 우수한 품종으로는 사곡시, 고종시, 단성시, 반시 등을 들 수 있다. 토종 곶감으로 유명한 곳은 전북 완주군 동상면이다. 해발 1천 백 미터의 운장산에 야생하는 토종감으로 만든 '동상곶감'은 육질이 아주 연하고 매우 달아서 조선시대에는 궁중에 진상될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동상곶감은 병충해에 강해서 농약을 전혀 치지 않으며 알은 작지만 씨가 없어서 전국적으로 최고의 곶감으로 친다. 그리고 동상곶감의 특유한 감칠맛은 기계를 쓰지 않고 일일이 손으로 깎는데서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야생 토종감을 재료로, 동상면 주민들의 정갈한 손맛과 운장산의 달콤한 이슬이 빚어낸 걸작이 바로 동상 곶감이라 할 수 있다. 한가지 주목할 사실은 감은 열매 그대로 수입되지는 않으나 곶감의 형태로 다량 반입되고 있다. 이들 수입산 곶감과 국내산을 구별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국내산은 색상이 연갈색으로 두껍고 포장길이가 길다. 또한 표면에 묻어있는 흰가루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수입산은 색깔이 진한 갈색이고 두께가 얇아서 한꼬치의 길이가 짧으며 곶감 표면에 흰가루가 많다. 또한 둥글고 납작하게 비닐포장한 곶감은 거의 다 수입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참고자료 1.박원기, [한국식품사전], 신광출판사 2.심상룡, [약용 음식물 백선], 보건신문사 3.{약용음식물백선}, 보건신문사 4.월간 {건강저널} 90. 11월호 5.{신토불이} 농협, 핸드북
@ 34.도토리
옛날엔 개밥에 도토리, 지금은 미용건강식
우리나라 옛 속담에는 '마음이 맞으면 도토리 한알로도 시장기를 멈춘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가난하여도 서로 마음만 맞으면 모든 역경을 잘 극복할 수 있다는 데서 유래된 속담이다. 여기서 도토리는 아주 작은 것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고만고만한 사람끼리 맞서는 모양을 보고 '도토리 키재기'라고 한다. 이처럼 도토리는 우리 조상들에게 작고 하찮은 것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도토리는 흔한 만큼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시대에는 '개밥의 도토리'처럼 여겨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기근이 들어 굶주림에 허덕이던 일반 서민들에게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중요한 식량원이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도토리와 기아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함수관계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엣 문헌을 통해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동문선}에는 상실가 라고 하여 탐관오리에게 수탈 당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가 실려있는데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늙은이만 남아 빈집을 지키는데 사흘을 굶다가 산으로 도토리 주으러 간다. 권세가여 너는 아느냐, 너희들의 진수성찬이 도토리 줍는 늙은이의 눈밑에서 흘러나오는 피라는 사실을..."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7년을 고비로 가뭄이 들거나 난리가 난다는 말이 일반화될 정도로 기근이 많았다. 그러나 재난은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탐관오리와 세도가라는 인재 또한 서민들을 굶주리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이다. 이 노래는 바로 이와 같은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젊은 자식 내외는 전쟁터로, 혹은 부역을 하러 나가버리고 혼자 남아서 집을 지켜야 할 노인은 식량을 수탈 당하여 하는 수 없이 그 떫은 도토리라도 주으러 산으로 가는 고단한 생활상이 가슴아프게 다가오는 노래이다. 만일 산에 도토리라도 없었더라면 이들은 무엇으로 연명했을 것인가. 그런데 이렇게 한톨한톨 주워온 도토리는 그냥 먹을 수가 없었다. 도토리맛은 무척 떫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유의 가공방식으로 떫은맛을 제거하고 묵으로 만들어서 먹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들 구미를 당기게 하는 도토리묵의 시초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배고픔을 달래는 구황식품이었던 도토리묵은 오늘날에 와서 별미로 일반화되어 도토리값이 쌀값보다 비쌀 정도가 되었다. 한편, 도토리에 관한 각 지역의 속신은 다양하게 전래되어 내려온다. 예컨데 경상도지방에서는 꿈에 도토리 나무를 보면 행운이 따른다고 믿는다. 반면에 서울 지방에서는 임산부가 도토리묵을 먹으면 유산한다는 속신이 있다. 우리가 흔히 도토리라고 일컫는 것에는 상수리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모밀잣나무, 너도밤나무, 침엽수 등의 참나무 열매에 대한 총칭이다. 한자명으로는 상실, 곡실 등으로 부른다. 북반구의 온대, 난대, 아열대에 걸쳐서 약 2백 여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13종 정도의 참나무속 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주종을 이루는 것은 신갈나무다. 도토리는 우리나라 야산 어디든 흔하게 자생하고 있다.
성분
도토리의 주성분은 녹말이며 그 함유량은 60∼80%에 달한다. 이밖에 지질, 단백질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도토리에는 탄닌이라는 특수성분이 들어 있어 날것으로 먹으면 떫은 맛이 난다. 옛 문헌에서는 다음과 같이 도토리의 효능을 밝히고 있다. {당본초}에 '도토리는 치질을 다스리고 하혈을 멈추게 한다'고 되어 있다. {일화자본초}에서는 '도토리는 장을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한다'는 기록이 있다. {본초강목}에는 '도토리를 찐 다음 말려서 가루로 하여 먹으면 대장을 튼튼히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쓰임새
도토리는 예로부터 구황식이나 별식으로 널리 이용되었으며 위와 장에 좋은 식품으로 각광받아 왔다. 특히 도토리는 열량이 적으므로 비만증에도 좋다. 그러나 탄닌 성분은 점막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하므로 변비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도토리를 재료로 하여 만든 식품으로 우리는 흔히 도토리묵을 떠올리지만 이것 뿐만이 아니다. 도토리 껍데기를 벗겨 물에 오랫동안 담가 떫은맛을 뺀 다음 잘 말려 가루를 낸다. 그 가루로 죽을 쑤면 도토리죽이 되고 가루로 떡을 만들면 도토리떡이 되고, 밀가루와 섞어서 도토리국수를 만들며, 꿀에 재어서는 도토리마식, 묵을 만들면 도토리묵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들 식품 중에서 단연코 인기있는 것은 도토리묵이다. 이 도토리묵은 열량이 아주 적으므로 비만증에 좋은 건강식품이다. 요즘은 가공기술이 발달하여 전혀 떫은 맛이 나지 않은 도토리묵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이밖에도 도토리는 다음과 같이 민간요법의 재료로 쓰인다. 치창출혈에는 도토리 가루, 찹쌀가루, 각 1되를 물에 개어 떡을 만든 다음 밥에 얹어서 쪄 먹는다. 비만증에는 식사대신 도토리묵을 수시로 먹는다. 설사에는 까서 말린 도토리를 분말하여 약처럼 복용한다. 도토리 알맹이를 쪄서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장이 튼튼해지고 설사를 다스린다고 한다. 또 어린 도토리는 피를 잘 돌게 하여 소변을 이롭게 하며, 치질을 다스리고 하혈을 멈추게 한다. 도토리나무의 껍질을 달여먹으면 충과 대하증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이것이 토종 우리 나라 산간지방 어디를 가더라도 도토리는 흔하게 구할 수 있지만 강원도 철원은 특히 도토리가 많이 나는 곳이다. 우리나라산 도토리는 알이 동그랗고 같은 부피라도 속이 꽉 차 있어서 무게가 훨씬 더 나간다. 또한 색깔은 옅은 검회색으로 선명하며 윤기가 있다. 그리고 맛을 보면 도토리 고유의 냄새와 떫은맛이 강하다. 반면 외국산은 대체로 알이 길쭉하고 색깔이 검은 편이며 오랫동안 보관하는 도중에 퇴색이 되어 선명한 빛이 나지 않는다. 또한 도토리 고유의 떫은맛과 향기가 덜하고 이상한 약품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참고자료 1.{신토불이}, 농협,(핸드북) 2.{장터순례},이철호, 도서출판 유림 3.{민족문화대백과} 4.{약용음식물백선}
@ 35.사과(능금:임금)
마술의 과일
사과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 동산에서 따 먹은 금단의 열매로 유명하다. 또한 물리학자 뉴톤이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깨달았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이처럼 에덴에서부터 뉴튼까지 함께 했을 정도로 인간과 친한 과일이 바로 사과이다. 사과의 재배역사는 아득히 오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부유럽지방에 있었던 호서시대(호서시대)의 유물 중에도 사과의 흔적이 출토되었다. 사과나무의 원생종은 유럽, 아시아 및 북아메리카 내륙에 대략 25종 내외가 자생하는데 현재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유럽과 서부 아시아에 분포된 원생종 중에서 개량된 것이다. 사과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재배되었고 로마사람들에 의하여 유럽 각국에 보급되었다. 그리고 품종의 개량은 주로 유럽의 중부 이북지방에서 이루어졌으며 17세기에는 미국에 전파되어 오늘과 같이 대량 재배되기에 이르렀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사과를 '마술의 과일'이라고 불러 왔다. 또 독일에서는 '밤에 먹는 사과 한 개는 의사를 멀리 하게 한다'는 말이 전해 온다. 이것은 결코 과장된 말이 아니다. 그만큼 사과는 여러모로 우리 몸에 이로운 과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1884년부터 외국 선교사를 통하여 각 지방에 몇 그루씩의 사과나무가 들어와 재식했으나 성공한 예는 별로 없었다. 대부분 관상용으로 심다가 그후 1901년에 윤병수라는 사람이 미국 선교사를 통하여 다량의 사과묘목을 들여와 원산 부근에 심은 것이 경제적 재배의 시초이다.
성분
사과에는 사과산, 구연산, 탄닌산, 비타민 A,B,C 등 유효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특히 사과100g 중에는 110mg의 칼륨이 들어있다. 이 칼륨은 고혈압 발생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즉, 고혈압은 식염에 의해서 많이 유발되는데 칼륨을 다량 섭취하게 되면 식염의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것이다. '하루 1개의 사과를 먹으면 의사가 할 일이 없어진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사과는 인체에 유효한 여러가지 성분을 지녔다. 이러한 유효성분들은 피부의 윤기와 탄력을 지키는데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피로의 원인이 되는 젖산의 분해를 촉진시켜 피로를 해소한다. 수년 전 일본의 한 과학자는 '사과가 치아의 오염을 없앨 수 있다'는 학설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를테면 양치질을 하는 목적은 무엇보다도 치구를 제거하는 것인데 사과의 섬유질이 세균의 온상인 치구를 제거하는데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치구는 일명 '프라그'라는 것으로 충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사과에는 다량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예컨데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 불용성(불용성)섬유인 셀룰로오스, 헤미셀룰로오스가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서 수용성의 펙틴은 콜레스테롤치를 내리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불용성의 셀룰로오스나 헤미셀룰로오스는 변비를 해소하고 대장암을 해소한다.이러한 식이섬유는 사과 뿐만 아니라 콩류, 야채류 등에도 풍부하게 들어있지만 그 산뜻한 맛을 즐기면서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사과가 으뜸이다. 이밖에도 사과는 식생활에서 빚어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작용을 한다. 동물성 단백질을 과다섭취함으로써 발생되는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사과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쓰임새
사과는 여타의 과일처럼 주로 생식한다. 조리법이 많이 개발되지 않아서 고작해야 쥬스로 만들어 먹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사과는 날것 그대로 먹어도 특유의 맛과 향이 있기 때문에 굳이 달리 제조하여 먹을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날것으로 먹을 때 풍부한 영양소도 가장 많이 섭취할 수 있다. 사과는 청량감과 산뜻한 맛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풀어주고, 식욕을 증진시키며, 설사, 변비, 소화불량, 고혈압 등에 좋은 과일로 알려져 있다. 병문안을 갈 때 사과를 사들고 가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또 사과를 많이 먹으면 혈색이 좋아지는 등 미용식으로도 아주 적합하다. 사과가 많이 나는 지방의 여성이 아름답다는 말도 있다. 특히 사과는 변비증에는 쾌변을 촉진시키는 반면 설사일 경우에는 이를 멈추게 하는 이중작용을 하기 때문에, 아주 이상적인 정장제라고 할 수 있다. *변비에는 매일 밤 잠자기 전에 사과를 1개씩 먹으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사과를 건조시켜서 가루로 만들어 약처럼 먹으면 쾌변이 촉진되는데, 이것은 서양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설사나 소화불량에는 껍질을 제거한 사과를 갈아서 1회에 100g 내지 300g 가량을 하루에 5회 정도로 나누어 먹으면 좋다. 사과를 갈아 물에 희석해서 먹고 배를 따뜻하게 하는 방법도 괜찮다. *어린 쑥의 연한 잎을 뜨거운 물로 살짝 데친 후 하룻밤쯤 물에 담가 두었다가 즙을 내어, 여기에 사과 1개와 귤 1개로 만든 쥬스를 섞어 매일 아침 마시면 뇌출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하이킹이나 등산을 할 때 사과를 자주 먹으면 갈증도 해소되고, 사과만으로도 능히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두통으로 고생하는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는 사과즙이 효과적이다. {버몬트의 민간요법}에 보면, '밤에 땀이 날 때, 자기 전에 사과초를 몸에 바르면 땀을 막을 수 있다'는 기록이 있다. {식료본초}에는 '사과는 중초의 모든 허약한 것을 보하고 비(비)를 화(화)하게 만든다. 음식을 급히 먹고 체했을 때는 사과즙을 먹으면 좋다'는 구절이 실려있다.
이것이 토종
외래종 사과가 들어오기 전에도 우리나라에는 능금(임금)이라는 재래종 사과를 재배해 왔다. 지금은 외래종 사과에 밀려 거의 재배되지 않아서 그 자취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지금도 두메산골 어디쯤엔가 몇 그루 남아서 끈질기게 종자를 보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장에서 사과를 구할 때 소비자들은 보통 색이 깨끗하고 겉모양은 반들반들한 것을 고르는데 이런 사과는 일반적으로 봉지를 씌워 익힌 것으로 영양과 맛은 신통치 않다.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 익혀 당분과 비타민 함량이 높은 사과는 보통 외피가 거칠다. 특히 조생종인 연두색 사과는 전체적으로 연두빛이 고루 나는 것이 잘 익은 것으로 특유의 새콤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연홍색의 쓰가류 종류는 전반적으로 노르스름한 바탕에 엷은 홍색의 줄무늬가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붉은 빛이 짙은 사과는 너무 익었거나 착색제(에스렐제)를 사용한 것이라 푸석푸석하고 맛이 없다. 후지 사과는 밑부분에 붉은 빛이 도는 것이 맛이 있다.
*** 참고자료 1. {약이 되는 식품} 2.월간{식품과 건강} 1991.11월호 @
36.잣
우리나라의 특산물
잣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온다. 옛날 중국의 진나라가 멸망할 때 많은 궁녀들이 난리를 피하여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는데, 먹을 만한 것이 별로 없어 걱정들을 하고 있었다. 이 때 그들 앞에 신선이 나타나더니 근처에 잣나무 숲이 있음을 알려주고는 그것을 따먹도록 했다. 그래서 궁녀들은 신선이 가르쳐 준대로 잣을 따먹으며 지냈더니 배고픔도 덜 수 있었고 얼굴에는 윤기가 흐르며 늙어서까지 머리가 세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일화에서 등장하는 잣은 우리나라산과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진짜 잣나무는 우리나라 북부와 중부의 산중턱이나 골짜기 사이의 기름진 땅에 자생하거나 또는 재배된다. 세계적으로 잣이 분포하는 곳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일본, 중국, 만주, 시베리아, 아무르 지방 등이지만 원산지는 우리나라다. 잣은 한랭한 곳의 깊은 산골짜기에서 잘 자란다. 땅에 습기가 있고 부식물이 많으며 모심이 깊어야 잘 자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자라는 곳은 압록강 유역으로, 그 면적이 무려 22만ha에 달한다. 백자, 송자, 해송자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우는 잣은 소나무과에 속하는 잣나무의 여문 씨를 말하는데, 솔방울처럼 생긴 굳은 껍질 속에 들어 있다. 잎은 바늘 모양으로 5개씩 뭉쳐난다. 따라서 학술적으로 정의하면 잎이 5개씩 모여서 나는 소나무류를 합하여 잣나무류라고 한다. 그래서 잣나무를 오엽송이라고 한다. 잣나무는 암수가 한 그루로 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 나는 잣나무류에는 잣나무, 눈잣나무, 섬잣나무 등이 있다. 눈잣나무는 잎이 짧아서 주로 7cm 미만이며 섬잣나무는 종자에 날개가 있는 등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보통 잣나무의 경우 종자에 날개가 없으며 길이는 15mm, 폭은 10mm, 두께는 7mm 정도이다. 잣나무의 꽃은 5월경에 피며 10∼11월경에 열매가 익는다. 이렇게 오랫동안 꽃이 피고 진 잣나무 중에서는 밑둥의 지름이 15m, 높이가 3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수령은 300∼500년 가량 된 것도 많다.
성분
잣은 기름기가 많아 그 맛이 고소하다. 잣은 지방 70% 정도, 단백질 16%, 탄수화물 11.7%, 각종 비타민 및 아연, 동, 니켈 등의 미량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철, 인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올레산, 리놀산, 리놀레인산 등의 불포화지방산이 많아서 혈압을 내려주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또, 이러한 불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과 같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억제하여 동맥경화 및 중풍을 예방하고 정력을 왕성하게 한다. 잣은 칼슘보다는 인의 함량이 많아서 산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잣은 예로부터 자양 강장제로 유명할 뿐 아니라 심기를 보강해주고 기력을 높여주며 식은땀을 멎게 해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위도 튼튼하게 해주고, 눈과 귀를 밝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뇌신경 쇠약에도 효과가 있다. 옛 의서에는 잣의 효능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명의별록}을 보면 '잣은 신경마비류의 질환, 한기, 허기를 다스리고, 허약한 몸을 보해주며, 오장을 살찌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해준다'라고 적혀 있다. {본초강목}에는 '잣은 폐를 윤하게 해주고 기침을 다스린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쓰임새
잣은 주로 약용 및 식용으로 쓰이는데 전통음료의 감미료로도 많이 쓰인다. 기운이 없거나 입맛을 잃었을 때, 또는 병중이나 병후 회복기에 잣을 곱게 갈아 뭉근한 불에 은근히 끓여 잣죽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또한 수정과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대용차를 마실 때 잣을 서너 알 띄워서 함께 먹는 것도 독특한 운치가 있다. 잣을 약용으로 쓸 경우에는 주로 볶아서 사용한다. 한방의학에 의하면 '잣은 성질이 온(온)하여 오장의 기운을 따뜻하게 하고 허약함을 도와주며 기의 운행을 원할하게 한다. 또한 독이 없어 부작용이 거의 없고 맛은 달다'고 한다. 잣은 칼로리가 높은 식품일 뿐만 아니라 빈혈에도 좋은 식품이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다. 하루에 60∼80개 정도의 분량이 적당하다. 또 잣은 봄이 지나면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사실도 알아둘 필요가 n있다. 민간요법으로 기침이 날 때 잣과 호두를 물에 개어서 먹는 방법이 있다 잣 뿐만 아니라 잣나무의 잎도 한약재로 쓰이며 목재는 고급 가구재로 쓰인다. 잣잎은 해독작용을 하며 신경통도 낫게 한다. 잣잎은 봄철에 나는 것을 쓰는데 새순을 잘게 썰어 날마다 밥 먹기 전에 술을 약간 넣은 따뜻한 물에 타서 8g 정도씩 먹는다. 잣잎의 원래 맛은 소나무 이파리처럼 떫어서 먹기가 힘들지만 계속 먹다 보면 향긋한 맛에 길이 들어 먹을만하게 된다. 잣잎을 이렇게 복용하면 대부분의 잔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다이어트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처럼 잣은 중요한 한약재로서 변비, 마른기침, 고혈압, 불면증, 정력 감퇴 등에 탁월한 효과를 내며 피부 미용제로도 손색이 없다. 건강 장수식품으로서 잣을 일반 가정에서는 쌀과 함께 죽을 쑤어 먹으면 좋다. 이밖에도 잣은 맥주나 양주 등의 술안주로도 많이 사용되며 봄이 지나면 영양가가 떨어지므로 껍질째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토종
잣은 그 자체가 우리나라의 특산 토종이다. 비슷한 나무가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비슷할 뿐이지 우리가 말하는 잣과는 다르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잣은 우리나라 고유의 수종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잣을 한자로 적을 때 잣 백으로 적는데 이는 우리 잣을 표기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의 비슷한 수종을 지칭하는 말이다. {훈몽자회}에 의하면 '백'은 측백나무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리고 당나라 때의 {해약본초}에서는 잣의 생산지를 신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명나라 때의 {본초강목}에서도 '신라송자'라고 칭하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패사} 라는 고서에는 '신라의 사신들이 오실 때마다 잣을 많이 가져왔으며 이것을 고관들의 집에 선사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미 이 때부터 중국인들은 우리나라산 잣의 질을 인정하고 귀하게 생각했다는 증거이다. 아니면 당시 잣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나는 고유한 토종이었다가 이후에 중국에 전파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잣나무는 세계적으로 그 질의 우수성을 인정 받아 왔다. 이것은 잣나무가 우리의 기후 풍토에 적합한 나무라는 의미다. 그래서 일찌기 중국의 여러 고서에도 우리나라산 잣나무를 칭찬한 기록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잣은 고유의 토종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잣나무가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잣을 유실수로 따로 재배하기도 하지만 그다지 널리 보급되지 않아서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잣은 주로 우리나라의 한강 이북 지방에 많이 분포하는데 특히 가평군 일대에 많이 난다. 가평의 특산물 하면 으례히 잣을 떠올릴 정도다. 근래에는 중국산 잣이 다량 수입되고 있는데 이것은 대체로 열매가 굵지만 윤기가 떨어진다. 또한 씨눈이 그대로 붙어 있고 먹을 때 바삭바삭한 느낌이 있고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서 토종잣은 중국산에 비해 윤기가 나고 잘더라도 크기가 균일하다. 또한 씨눈이 붙어있지 않고 먹을 때 끈기가 있으며 뒷맛이 고소하다.
*** 참고자료 1.{약이 되는 식품} 2.{약용음식물백선}, 보건신문사 3.월간 {식품과 건강} 92.2 4.{한국식품사전} 박원기, 신광출판사 5.{민족문화대백과}
@ 37.호두
사람의 머리를 닮은 고급 과일
예전엔 호두알 두개를 손에 쥐고 '달그락 달그락' 하는 소리를 내고 다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다가 싫증이 나면, 손때가 새까맣게 묻어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호두를 깨뜨려서 속살을 파먹는 것도 재미있는 일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일은 호두의 모양이 신기할 정도로 사람의 머리와 닮았다는 점이다. 우선 딱딱한 껍질 모양을 보면 사람의 머리뼈를 닮았고, 그것을 깨고 난 뒤에 나오는 호두의 속살도 마치 사람의 두뇌와 흡사하다. 그래서 예로부터 호두를 많이 먹으면 총명해진다는 말이 전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호두는 미용제로 더 각광을 받아 왔다. 청조 말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서태후는 늙어서 살결이 더욱 아름다웠다고 한다. 그녀는 노화방지를 위해 페르시아만에서 나는 진주를 비싸게 사들여 갈아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일설에 의하면 그녀의 진짜 미용비결은 호두에 있었다고 한다. 늘상 호두죽을 애용함으로써 늙어서도 아름다운 살결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호두나무가 처음으로 자생한 곳은 옛 페르시아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호두'라는 말 앞에다 '페르시아'를 붙여서 'Persagn Walnut'라 부른다. 이후로 호두는 동남아시아, 중국 등지로 한 갈래가 전파되고, 유럽 서부 지역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다가 미국의 개척민들이 캘리포니아 일대에 옮겨 심었으며 이곳에서 급속도로 번식하여 최근에는 미국이 세계 호두 생산의 중심지가 되었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우리나라에 유입된 호두의 품종은 '동양종(Oriental Walnut)'으로 내한성이 강하여 추위에 잘 견딘다. 이 품종은 나중에 일본으로 전파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것을 서양종과 교배하여 품종개량에 성공하였고 우리나라는 이것을 역수입하기에 이른다. 만춘, 청옥, 화광 같은 품종이 바로 그것이다.
성분 호두에는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자양 강장의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또한 비타민, 미네랄 등도 풍부하여 머리를 좋게 하고 살결을 곱게 해주며 두발을 검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또 이뇨작용이 있고 신장을 강하게 해주며 신경쇠약, 불면증, 기관지 천식에 좋다. 그리고 다리와 허리를 튼튼하게 해주는 효능도 가지고 있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호두는 기를 보하고 혈을 기른다. 조를 윤하게 해주고 담을 없애주며 수염과 머리카락을 윤택하게 해준다. 또 종독을 흩어버린다'고 한다. {본초비요}에서는, '호두는 폐를 따뜻하게 하고 장을 부드럽게 해준다. 또한 천식, 요통, 심복의 모든 통증을 다스린다'고 서술하고 있다. 최근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호두기름은 급성폐렴에 특효약이라 한다. 그리고 폐렴 뿐만 아니라 기침이 심한 독감에도 탁월한 효과가 인정되고 있다.
쓰임새
호두는 주로 식용 및 약용으로 쓰인다. 영양가가 풍부하고 소화 흡수가 잘 되므로 중병을 앓고 난 환자의 회복제로 많이 쓰이며 불면증 환자나 신경쇠약자에게도 좋다. 호두를 식용할 때는 보통 죽으로 만들어서 먹는다. 호두 10개의 속살과 쌀 1컵을 물에 잘 불려서 함께 섞은 후에, 이것을 으깨어 물 6컵으로 걸러서 냄비에 담고 끓여서 1컵 분량의 죽으로 만들면 된다. 이 호두죽은 몸이 허약하거나 정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좋다. 그러나 과식하면 소화기능에 장애를 주어 속이 메스꺼워지는 수도 있으므로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 호두죽보다도 더욱 좋은 것이 바로 호두홍조죽이다. 이것은 호두죽에다 설탕과 '홍조'라는 한약재를 첨가한 것으로 소화를 도와주는 역할과 함께 보혈 작용도 한다. 이 홍조죽을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두 차례씩 한 달간만 꾸준히 복용하면 비만증이 없어지고 살결이 고와지며 머리카락이 검어진다고 한다. 또한 탈모를 방지하는 효과도 있고, 이뇨를 도우며 변비를 없애주는 등 대부분의 성인병과 부인병 예방에 효험이 있다. 특히 이 음식은 피부에 영양을 보충해주고 깨끗이 해주는 효능이 있기 때문에 여성의 미용제로서 아주 적합하다. 죽을 쑤어먹는 방법은 다소 번거롭기 때문에, 하루에 호두 2알 정도를 꾸준히 먹어도 부드럽고 윤기있는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호두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여러모로 좋지만, 알칼리성 식품으로 하루에 세 알만 먹어도 하루에 섭취해야 할 지방분은 충분하다. 또 냉한 체질의 사람은 다소 많이 먹어도 좋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별로 적합하지 않다. 특히 호두는 지방이 많은 고열량 식품이기 때문에 겨울철 추위를 이기는 데 좋다.
이것이 토종
우리나라에서 호두의 본고장은 역시 천안이다. 열차를 타고 가다가 천안역에 이르면 으례히 '자, 천안의 명물 호도과자요!'하고 외치며 지나가는 상인의 목소리를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것이다. 천안에 호두가 심어진 것은 고려시대의 일이다. 당시 이 고장 출신 고관이었던 유청신이라는 사람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호두를 들여와 이 고장에 심었으며 이후 몇 백년 동안 번식하면서 천안의 토종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천안지역에서 생산되는 호도의 양은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절대량이 부족하여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어려운 까닭에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에서 수입되어 왔다. 최근에는 중국산 호두 수입도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미국산이 대부분이다. 호두는 겉모양만 보고는 외국산과 국산을 구별하기가 무척 어렵다. 굳이 차이점을 들자면 미국산은 우리나라산보다 알이 굵고 모양이 공처럼 둥근 편이며 표면에 골이 깊지 않고 잔주름이 많이 있다. 이에 반해 국산은 모양이 약간 길쭉하며 잔주름이 적은 대신 골이 깊게 패여 있다. 크기도 대체로 미국산보다는 작은 편이다. 또한 호두 고유의 맛을 담뿍 담고 있어 고소하고 담백하며 과육의 충실도가 높다. 중국산의 경우는 모양이 일정치 않으나 럭비공처럼 긴 것이 다소 섞여있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껍질을 쪼개보면 국산은 속살이 노랗게 윤이 나지만 수입산은 색깔이 검은 편이다. 가격은 수입품이 국산보다 30%가량 싸다. 그러나 맛과 질은 당연히 국내산보다 떨어진다.
*** 참고자료 1.{약이 되는 식품} 2.{동아일보} 92.10.31 3.{약용음식물백선}, 보건신문사 4.월간 {민의약} 89.8월호 5.{신토불이} 농협(핸드북) 6.{민족문화대백과} @
<해삼물류>
38.명태
동해안의 보물
명태를 중요한 생선의 하나로 여기고 다양하게 조리하여 먹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이웃나라 중국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명태가 잡히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명태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의 옛 의서에도 명태에 관한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면 우리 민족만이 유일하게 명태를 즐겨먹어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해서 확실한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어느 민족이건 그 민족만 특별하게 먹는 음식이나 식품이 있게 마련이므로 그저 어찌어찌 하다보니 명태도 우리 민족 고유의 생선이 되었다고 가정해버리면 그만이다. 그러나 기름기 적고 담백하며 시원한 맛이 우리 민족 고유의 식성과 잘 맞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조상들이 명태를 즐겨 먹어온 이유를 능히 짐작할 수는 있다. 이렇게 명태를 즐겨 먹었던 까닭에 '맛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도 생겨날 정도였다. 즉, 명태는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가장 많이 먹어온 생선의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양가도 풍부하며 어느 한 군데도 버리지 않고 다 먹을 수 있는 생선이라는 점에서 볼 때 명태는 우리 민족과 가장 친근한 생선이다. 그래서 명태는 이름도 많다. 생명태를 선태라 하고 망태, 간태, 북어, 춘태(이상 자란 명태)왜태, 애태, 애기태, 노가리(이상 명태새끼)건태, 동태, 북어(이상 가공한 명태)등 20여 가지가 넘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한류성 물고기인 명태는 우리나라 동해안 북부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명태의 주된 산란장은 우리나라 원산만 부근과 북해도 서쪽 연안이며 1∼2월에 가장 활발하게 산란을 한다. 산란을 할 때에는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고 어부들이 그물로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몽롱하게 취해버린다. 산란 시각은 자정부터 새벽까지이고 바람이 자거나 부드러울 때 주로 산란한다. 그러나 산란이 끝난 명태는 잔뜩 굶주린 승냥이처럼 작은 물고기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 먹는다. 이처럼 잔인할 정도로 먹어치우는 바람에 정어리, 멸치, 도루묵, 오징어 등은 숨바꼭질을 하듯 명태에게 쫓겨다닌다. 그리고 해삼, 조개, 털게 같은 것들은 아예 집을 버리고 도망쳐버리기도 한다. 산란을 위하여 명태가 연안으로 찾아들면 그때까지 평화롭게 살던 작은 물고기들은 이같이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명태는 대구와 그 생김새가 비슷하다. 그리고 생김새가 비슷한 만큼 왕성한 식욕에 있어서도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명태는 대구떼를 만나면 형님, 아우 하듯이 함께 몰려다니며 놀라운 식욕을 발휘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상어새끼와 돌자갈, 심지어는 자기 새끼까지도 잡아먹는 대구가 제 덩치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명태는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명태가 지닌 특유의 독성 때문으로 보인다. 명태와 대구는 이처럼 생김새나 식욕에 있어서 사촌쯤 되는 관계이지만 자세히 보면 명태는 대구보다 몸통이 조금 작고 날카로운 이가 촘촘하게 나 있다. 또한 명태는 입을 다물었을 때 아랫턱이 윗턱을 덮고 대구는 윗턱이 아랫턱을 덮는다. 그리고 명태는 턱 아래에 짧은 수염이 하나 나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명태와 대구를 구분할 수 있다. 명태는 3∼4살쯤 되면 다 자라서 성어가 되는데 암컷이 수컷보다 크며 숫자도 많다. 다 자라면 길이 35cm쯤 되고 수명은 8년 이상이라고 한다. 명태는 회유성이 강한 물고기로 원산만에서 북해도 서안까지 회유하기도 하는데 회유속도도 매우 빨라 하루 10마일을 회유한 기록도 있다. 그러나 완전한 생활상을 추적하기가 어려워 자세한 생태는 알기가 어렵다. 명태는 장기간 보관을 해놓고 필요할 때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그래서 잡아올린 명태는 일단 건조를 시켜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명태 말리는 방법은 세계에 자랑할 수 있을 정도로 과학적이다. 명태는 주로 겨울철에 많이 잡아올리는데 이 때 동해안에 인접한 지방에 가면 어디서든 해안에 설치된 명태 건조장을 구경할 수 있다. 말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건조장에다 갓 잡아온 생태를 걸쳐서 냉동건조시킨다. 그러면 밤에는 명태 세포 사이에 있는 수분이 얼어붙었다가 낮에는 얼음이 녹으면서 천천히 건조된다. 이처럼 밤에 얼었다가 낮에 녹는 현상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명태살이 졸아들었다 부풀었다 하기 때문에 바짝 말라도 겉이 부드럽고 누르스름한 빛을 띠게 된다. 이렇게 말린 명태를 황태, 또는 더덕북어라고 한다. 살이 황금빛이 나고 제맛을 내는 황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영하 20도 이하의 매서운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한겨울 내내 명태를 잠재워야 한다. 명태가 우리 민족의 식성에 맞는 물고기로 각광을 받아온 것은 단지 명태 자체의 영양분이나 맛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한겨울의 모진 추위 속에서 뿜어낸 어부들의 입김이 서리고 서렸기 때문에 '많이 먹기로는 명태'라는 말이 성립되었는지도 모른다.
성분
명태의 주성분은 단백질이다. 그리고 함유량은 쇠고기, 계란, 우유와 거의 비슷한 정도이다. 명태육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조성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어 질적으로 매우 우수하다. 또한 명태육에 들어 있는 지방의 함량은 적지만 간장에는 지방을 많이 축적하고 있다. 창란젓과 명란젓도 영양가가 대단히 높다. 우선 지방의 함량을 보면 명란젓은 3.2%, 창란젓은 3.6%로 두 가지 다 팔미트산, 올레산, EPA, DHA의 조성비가 높은 영양식품이다. 특히 명태의 간에는 지질 함량이 많아 46.2%에 이르며 이들의 지방산 조성은 포화산으로는 팔미트산, 불포화산으로는 EPA, DHA의 함량이 많아 건강식품으로 권장할 만하다.
쓰임새
명태는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모두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살은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내장은 창란젓을, 귀세미로는 귀세미젓을, 알은 명란젓을 담가 먹으며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로 먹는다. 고니는 그대로 빼내어 국을 끓이고 생살을 짓이겨서 어묵을 만들기도 한다. 피문어와 홍합과 파를 함께 넣어서 '건곰'이라는 국을 끓이는데 이것은 노인이나 병후의 환자들에게 좋은 보신음식이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나라 동해안의 명태는 각종 독에 중독되었을 때 최고의 해독제이기도 하다. 날로 늘어가는 농약중독, 공해독, 연탄가스 중독, 독사에 물렸을 때, 미친개에게 물렸을 때 등 어디든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명태의 약성을 이와 같이 새롭게 소개한 {신약}에 의하면 명태는 독사에 물려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뿐만 아니라, 연탄가스에 중독되거나 그 후유증으로 정신이상에 걸린 사람도 깨끗이 치료한다. 그리고 독사나 미친개에게 물렸을 때, 핵독이나 각종 공해독에 신비한 약이라고 한다.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명태가 눈병에 좋다고 믿었다. 그리고 이같은 효능이 사실로 입증된 사례도 있다. 옛날에 함경북도 삼수갑산 같은 오지에 사는 사람들은 눈이 잘 보이지 않은 풍토병이 많았다 한다. 이 풍토병에 걸린 사람들은 겨울 동안 가까운 해변이나 어촌으로 내려가 머물면서 명태 창자 속에 들어있는 간유를 빼먹어 병을 고쳤다는 기록이 전해 온다.
이것이 토종
요즈음 우리나라 동해안에서는 명태가 별로 잡히지 않는다. 주로 먼 북양에서 잡아오는 명태가 대부분이다. 이런 명태는 덩치는 크지만 오랫동안 물속에 담가오므로 살속의 간맛이 모두 빠져버려 싱겁고 퍼석퍼석해서 별로 맛이 없다. 반대로 동해안에서 잡은 명태는 크기는 작아도 짭짤하고 구수한 맛이 나는 데다 양념을 잘 흡수하므로 가장 질 좋은 것으로 친다.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잡은 명태를 '지방태'라고 하여 으뜸으로 치는 것이다. 이런 토종 명태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이유는 최근 동해안의 수온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명태가 가장 많이 잡히기로 유명한 고성군 거진 부근의 평균 수온이 최근 10oC를 옷돌아 명태가 살기에는 너무 따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70년대 이후 성행한 저인망 어선이 명태새끼인 노가리까지 훑어내 자원이 고갈된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참고자료 1. 최진규, 최운림 [토종의 재발견] 월간[시사춘추] 2.월간 {민의약} 90. 2월호
@ 39.김
식욕 돋구는 장수식품
우리의 주식은 쌀로 지은 밥이다. 그리고 이 밥을 먹을 때는 국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반찬이 곁들여진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적인 밥상에는 기본메뉴라 할 수 있는 김치를 비롯하여 각종 나물, 생선, 육류 등이 지역적 특성과 풍토에 따라 오르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서 밥과 함께 곁들여 먹는 반찬의 가짓수는 사람 수 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반찬 중에서 김처럼 밥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도 없다. 그래서 밥집이나 여염집 밥상에는 늘 구은 김이 오르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을 빳빳한 김에 싸서 먹는 맛은 일품이다. 또한 김과 밥의 조화는 '휴대용 정식'이라 할 수 있는 김밥에서 절정에 달한다. 밥과 함께 단무지나 시금치, 쏘세지, 달걀후라이 등을 넣고 김으로 말아서 적당한 크기로 썰어놓은 김밥은 산이나 들, 그리고 여행길 등 어디서든 간단하고 맛있게 주린 위장을 채울수 있는 간편한 휴대식이다. 여기서 '간편함'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김이다. 김은 홍조류에 속하는 해초를 일정한 크기로 만든 건조품이다. '해태'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본식 한자표기이며, 엄밀하게 따지면 우리나라의 파래를 지칭하는 것이다. 김은 북태평양에 접한 해안 어디든 널리 분포되어 있다. 알래스카 만에서 캘리포니아주까지 북동부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시베리아에서 왔을 때부터 이미 몇천년 동안 이용해왔다고 인류학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즉 이들 인디언들은 음식에 소금을 넣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체내의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김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먹었던 것은 오늘날과 같은 가공된 형태의 김은 아니었다. 해초 상태의 천연김을 줄기채로 그냥 먹었을 것이다. 천연산 김은 우리나라 남해를 비롯하여 일본 연해 등 농도가 높은 곳에도 약 20여 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이것이 양식되면서 오늘날과 같이 가공된 형태의 김으로 발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일본, 중국 등에서 중요한 식품의 하나로 인식되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김 생산을 가장 대규모로 산업화한 나라는 일본이고 중국에서도 일찌기 김 양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김 양식의 역사는 외국에 비해 짧은 편이다. 문헌상에는 서기 1424년 발간된 {경상도 지리지}에 최초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경상도 하동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구전에 의하면 1700년 경에 섬진강 어구에서 조개를 채취하고 있던 한 할머니가 나무토막에 붙어있는 김을 발견하고 떼어먹어 보았더니 맛이 독특해서, 그후 대나무를 물 속에 박아 인공으로 김을 착생시킨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또 {조선의 수산}이라는 문헌에는 17세기 말에 전남 완도에서 최초로 양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동국여지승람}에는 전남 광양군에서는 4천여 년 전에 이미 김을 귀중한 토산물로 여겼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김 양식의 역사에 대하여 문헌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오늘날과 같은 근대적인 방법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오래 전에 지역에 따라서 김이 양식되었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즉, 옛날에 인디언들이 소금기 보충을 위해서 천연김을 먹었던 것처럼 우리 조상들도 아주 오래 전부터 해안지역마다 나름의 방식대로 김을 채취해 먹었을 것이라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김양식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늦어도 조선 중기 무렵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오랜 역사를 거쳐 김은 이제 우리 밥상에서 떠날 수 없는 일상식품으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아울러 높은 영양가를 지닌 식품으로 널리 알려지기에 이른 것이다. 성분 마른 김 한 장은 달걀 두 개분의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그런데 김은 채취한 시기에 따라 영양분의 함량이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난 것이 단백질의 함량이 높아서(30∼35%) 질 좋은 것으로 취급된다. 건조품인 김의 주성분은 당질과 단백질이다. 그리고 다른 곡류나 채소류에 비해서 단위당 함유량도 많은 편이다. 그런데 곡류에 비해서 먹는 양이 적으므로 단백질원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 대신 김에는 칼슘, 인, 철분, 칼륨을 비롯하여 마그네슘, 아연, 망간, 코발트, 니켈, 구리, 요오드 등 미량의 무기질이 포함되어 있어서 독특한 맛과 향기로 식욕을 돋구어 주고 소화흡수를 촉진시켜 준다.
쓰임새
가장 질좋은 김은 빛깔에 광택이 있고 향기가 진하며 불에 구웠을 때 청록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보통 밥을 싸서 먹거나 가루를 내어 떡국, 국수 등에 넣어 먹는다. 이밖에도 김무침, 김조림, 김장아찌, 김튀김, 김국 등의 입맛 돋구는 요리가 있다. 김을 구울 때에는 두 장씩 겹쳐서 낮은 불에 서서히 가열시켜야 한다. 김을 잘못 구우면 오그라들 뿐만 아니라 영양 손실도 많게 된다. 두 장을 겹쳐서 구울 때도 한쪽만 불을 쬐는 것이 좋다. 또한 김을 구울 때 소금을 너무 많이 쓰면 맛을 떨어뜨리고 건강에도 해롭다고 한다. 한편 김에는 피코에리트린이라는 홍자색의 색소와 피코시안이라는 청색 색소 및 클로로필이 포함되어 있는데 피코에리트린은 가열됨으로써 청색인 피코시안으로 변한다. 따라서 김을 불에 쬐면 적자색이 없어지면서 녹색을 띠게 되는 것이다. 또 김을 오래 보관해두면 자색을 띠게 되는데 이것은 피코시안 및 클로로필이 분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반응은 김을 직사광선 아래 두거나 습기를 머금으면 더 빨리 일어난다. 그러므로 김을 보관할 때는 밀봉하여 어두운 곳에 두어야 한다. 식욕을 돋구어 주는 김의 특유한 향기는 김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김에 혼합되는 미생물의 분해작용으로 인한 것이라 한다.
이것이 토종
'완도 하면 김, 김 하면 완도'라 불릴 만큼 완도는 김의 고장이다. 지금은 김 생산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사정이 다르지만 지난 70년대만 하더라도 완도에서 생산되는 김의 양은 전국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도 연간 소득이 수백억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김은 질도 좋아서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고, 국내수요가 대량으로 늘어나는 바람에 소득이 높아져서 한때는 '개가 지폐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였다. 김 양식법이 근대화되면서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서는 어디든 김을 생산하게 되었고 생산량과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규모 간척사업과 해수 오염으로 김 양식장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김 생산이 줄어들 경우,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중국 등지에서 김을 수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 바다에서 나는 우리 김을 먹기 위해서는 바다를 오염으로부터 지키는 일이 시급하다 하겠다.
***참고자료 1.심상룡, {약용 음식물 백선}, 보건신문사 2.{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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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미역
산후 조리에 빠질 수 없는 회복식
아기를 낳은 부인들은 왜 미역국을 먹을까? 이것은 단순히 먼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관습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이러한 관습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미역에는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칼슘의 함량이 많다. 이러한 칼슘 성분은 뼈와 이를 튼튼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산후 자궁수축과 지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해산날이 가까워지면 미리 미역을 사다가 놓는데, 이때 장사꾼이 미역을 그대로 주는가 꺾어서 접어주는가에 따라 순산을 점쳐보는 습속도 있다. 미역을 꺾어주면 그 미역을 먹을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난산을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모가 먹을 미역은 꺾지 않고 새끼줄로 묶어서 주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시험에서 떨어지거나 회사에서 해고 당하는 일을 흔히 '미역국 먹었다'고 표현한다. 그것은 아마 미역의 표면이 점성 물질로 덮여있어 미끈거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시험과 승진을 앞둔 사람들은 미역국을 기피하기도 하지만 미역을 많이 먹으면 신진대사가 잘 되기 때문에 머리가 맑아져서 뇌의 활동도 활발하고 성적도 오히려 좋아진다. 그러므로 재수없다는 속신 때문에 미역을 기피할 필요는 전혀 없다. 미역은 갈조류 곤포과에 속하는 해조로, 우리나라 동남해안에서 많이 난다. 외해에 면한, 또는 외해에 가까운 바위나 돌에 착생하며, 만 1년생 해초다.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가을에서 겨울 동안에 자라고 봄에서 초여름 동안에 유주자(무성포자)를 내어서 번식한다. 유주자는 곧 발아하여 현미경적인 배우체(유성세대)로 되어서 여름을 난다. 미역은 양식이 성해지자 자연산 미역은 거의 쇠퇴하게 되었다. 미역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고 있으나 양식은 동해남부연안과 완도를 중심으로 하는 남해안에서 가장 성행하고 있다. 현재는 가격유지를 위해서 생산을 억제하고 있는 실정이라서 생산량이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수요만 증가하면 생산량은 급격히 늘릴 수 있다.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는 산이나 들야채에서 얻을 수 없는 영양을 주는 것 외에도 그 깊고 신비한 푸른빛과 매끄러운 표면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촉감, 그리고 신선한 향기로 먹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준다. 미역을 즐겨먹는 사람들은 주로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들이다. 반면에 서양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역을 언제부터 먹게 되었는지 문헌상의 기록이 없어 알기 어렵지만 식용의 역사는 무척 오래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서기 1900년 경에 나온 {고려도경}에는 '미역은 귀천을 막론하고 많이 먹고 있다. 그 맛이 짜고 비린내가 나지만 오랫동안 먹으면 그런대로 먹을만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고려사}에는 문종이 미역을 신하들에게 하사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러한 기록으로 미루어 미역을 식용해온 역사는 무척 오래되었으며 우리나라의 특산물임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겨레의 출산풍습과 밀접하게 관련하여 이어져 내려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식탁의 찬거리로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성분
미역의 주요 성분은 무기질과 각종 비타민이라 할 수 있다. 이중에서도 칼슘의 함량이 많고, 인(P)의 함량비율이 좋다. 특히 미역에는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데 그중에 요오드 성분은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심장과 혈관의 활동, 체온과 땀의 조절 등 신진대사를 활발히 하는 작용을 한다. 이 요오드가 체내에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완만해지고 적게 먹어도 자꾸만 살이 찌게 되는 것이다. 또한 요오드는 전신의 노화를 막아준다. 산후에는 특히 신진대사가 활발해야 하는데 이 때 미역으로 요오드를 제대로 공급해줘야 갑자기 몸이 비대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미역에는 또 알긴산이라는 소화되지 않는 물질이 들어있다. 이 물질은 식물섬유의 일종으로 변비를 해소하고 발암물질을 체외로 배설시켜주며 장내 나트륨의 흡수를 막아주어 고혈압도 예방한다고 한다. 한편, 미역은 지방질이 적은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실제로 마른 미역 100g에는 지방이 1.3g정도 밖에 들어 있지 않고 그 대신 리놀산과 에이코사펜타인산(EPA), 후코스테롤 등 동맥을 부드럽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또한 미역에는 혈압강하작용을 하는 라미닌(laminine)이라는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으며, 혈액의 콜레스테롤의 양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다. 섬유질의 함량이 많아서 장의 운동을 촉진시킴으로써 임산부에게 생기기 쉬운 변비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그리고 자극성이 적어 자극성 음식물을 기피하는 산모에게 매우 적합하다고 하겠다.
쓰임새
미역은 주로 국으로 끓여 먹는다. 송송 썬 파와, 다진 마늘 한 숟가락 정도만 있으면 다른 재료 없이도 시원하고 깔끔한 미역국을 끌일 수 있다. 그러나 보통 쇠고기, 홍합, 광어 등을 넣어서 끓이는 것이 상례다. 이밖에 미역을 사용한 요리나 반찬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생미역을 잘게 썰어서 장과 기름을 치고 주물러 무치면 미역무침이 된다. 마른 미역을 잘게 썰어 기름을 쳐서 간하여 번철 등에 볶으면 미역볶음이 되는데 고소한 맛이 난다. 생미역을 손바닥 크기로 잘라서 고추장을 넣고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미역쌈이라 한다. 마른 미역을 반듯반듯하고 약간 잘게 썰어서 끓는 기름에 튀긴 것을 미역자반이라 하는데 이것은 도시락 반찬이나 술안주로 좋다. 잘게 뜯은 생미역에다 고추장, 된장, 고기, 파, 기름, 깨소금을 쳐서 주물러 물을 약간만 붓고 끓이면 미역지짐이 된다. 물에 빤 미역을 잘게 뜯어 양념한 고기와 한데 무쳐서 볶은 것을 냉국에 넣고 초를 친 미역찬국은 더운 여름철에 시원한 맛을 더해준다. 한편, {동의보감}에서는 미역의 약성에 대하여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무독하다. 속열을 버리고 혹의 결기를 다스리며 이뇨작용이 있다'고 하였다. 미역의 저장방식을 옛날과 오늘이 다르다. 옛날에는 여러 포기를 겹쳐서 펼쳐, 길이 약 2m, 너비 약 15cm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서 햇볕에 건조시켜서 보관, 저장하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100℃의 물에 잠시 데쳐서 소금으로 주물러서 소금에 절여 저장하기도 한다. 소금절임은 건조미역보다 장마철에 변질하지 않아서 보관성이 높다. 미역을 물에 담그었을 때 지나치게 풀리지 않은 것이 좋으며, 색깔을 내기위해서 황산구리를 사용한 것은 인체에 좋지 않다.
이것이 토종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미역이 각광받는 식품이지만 서양은 물론 가까운 중국만 하더라도 미역은 낯선 식품이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 미역을 '신라미역' 또는 '고려미역'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요즈음에는 대부분 미역을 양식하지만 아직도 자연산 미역을 생산하는 곳도 있다. 그 예로 진도미역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고장에서는 바닷가 바위에 붙어 자라는 천연미역을 채취하여 말린다. 특히 진도군 조도 일대에서 나는 것이 가장 유명하다. 또한 경남 양산 지방의 기장미역은 예로부터 유명한 이 고장의 특산물이다. 기장미역은 그 질이 워낙 뛰어나서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되었으며 아직까지도 그 명성이 이어져 내려온다. 그러나 미역은 우리나라 어디에서 난 것이든 우리 풍토에서 자란 토종이다. 따라서 어느것이 진품인가를 따지기 전에 다양한 가공방법을 개발하여 수요를 늘려나가는 것이 급선무라 하겠다.
** 참고자료 1.{민족문화대백과} 2.월간 {식품과 건강} 91.8월호 p.27, 같은책 92.6월호 3.{약용음식물 백선} @
41.가자미
가자미 눈은 오른쪽에 치우쳐
가자미목에 속하는 바다물고기를 통틀어서 가자미라 한다. 한자로는 비목어라고 하는데 눈이 빗나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자미는 두 개의 눈이 다 머리 한쪽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눈을 심하게 흘기는 사람을 보고 '가재미눈'이라고 불렀다. 가자미는 지방에 따라서 가재미, 까재미, 가지미, 납새미 등으로 불리는데 가자미류의 물고기들은 대부분 몸이 옆으로 납작하여 타원형에 가깝다. 또한 비늘은 잘고 짙은 갈색을 띠고 있으며 등지느러미와 뒷지느러미가 몸길이의 많은 부분에 걸쳐있고 몸의 다른 한 쪽은 흰빛을 띠고 있다. 가자미는 깊은 바닷속에서 사는데, 몸길이는 작은 것은 15cm 가량에서 큰 것은 3m 가까이 되는 것도 있다. 우리나라의 남부 근해를 비롯하여 일본의 근해에 분포하며 그 종류는 50여 종에 달한다. 이것들을 다시 넙치과, 가자미과, 납서대과, 참서대과 등으로 나누는데 참서대과와 납서대과는 몸이 좁고 긴 편이며, 넙치류는 왼쪽에 눈이 붙어있고 가자미과의 것들은 오른쪽에 눈이 있다. {자산어보}의 저자 정약전은 일찌기 가자미에 대한 상세한 관찰과 고증의 결과를 저서에 기록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이렇다. '이시진은 말하기를 비목어는 각각 눈이 하나이기 때문에 서로 나란히 합쳐져야 전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 나라는 가자미류를 생산하고 있는데 크고 작은 여러가지 종류가 있으며 속칭도 각기 다르고 모두 각 개체가 독립해서 다닌다. 그리고 암수가 있으며 두 눈이 다 한쪽에 치우쳐 붙어 있다.' 이처럼 정약전은 중국 사람들이 상상해서 멋대로 풀이한 것을 구체적으로 반박하였다. 이밖에도 여러 옛 문헌에 가자미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서는 대부분 가자미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기록을 반박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봉유설}에는 '비목어는 동해에서 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접역이라 한다.'고 하며 {전어지}에 의하면 '가자미는 동해에서 많이 나며 서남해에도 있는데, 그것은 동해에서 나는 것과는 다르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같은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예로부터 가자미는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많이 났으며 널리 식생활에 이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성분
종류에 따라 성분 특히 지질함량에 이가 많다. 육질부의 평균값을 나타내면 대체로, 수분 76.9∼78.8%, 단백질 19.0∼19.4%, 지질 0.6∼2.2%, 당질 0.3%, 회분 1.2∼1.6% 등등이다. 가자미류에는 엘라스틴(elastin) 및 콜라겐(collagen)의 두 성분으로 이루어진 결체조직인 근육섬유가 연결되어 있다. 콜라겐은 끓이면 젤라틴(gelatin)으로 되어 용출되므로 용액이 흐리게 된다. 가자미류와 같이 콜라겐이 많은 고기는 끓이면 부드러워진다.
쓰임새
가자미는 활어로부터 냉동어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상태로 시판되고 있다. 종류에 따라 생선횟감, 건어물로 한다. 넙치류는 회맛이 좋고 참서대류는 건어맛이 좋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가자미는 허를 보하고 기력을 더하게 하며 많이 먹으면 조금 동기한다.'고 하였다. 또한 함경도 지방의 향토식품으로 가자미식해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이것은 동해안에서 나는 노랑가자미와 관북지역의 좁쌀을 이용한 일종의 저장식으로, 엿기름과 조밥의 녹말이 당화되어 특별한 맛이 생기게 하여 밥 반찬이나 술안주로 이용한다. 가자미식해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물좋은 노랑가자미를 내장과 머리를 떼어내고 이틀 정도 얼간을 하여 보자기에 싸서 큰 돌로 눌러놓은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을 친다. 그런 다음 메조밥을 되직하게 지어 마늘, 생강, 고춧가루, 엿기름가루를 섞어서 절인 가자미와 함께 항아리에 넣은 다음 꼭꼭 눌러서 삭힌다. 이렇게 일주일 정도 보관해 두면 익어서 물이 올라온다. 조밥이 다 삭으면 채를 썬 무를 소금에 약간 절여 물기를 짜고 함께 넣어둔 양념과 잘 섞어서 다시 꾹꾹 눌러 담아놓고 하루 내지 이틀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다.
이것이 토종
수입산 가자미는 대부분 냉동상태로 유통되고 있다. 따라서 무게에 짓눌린 상태에서 얼어버리므로 몸의 형태가 구부러져 있거나 굴곡이 져있다. 또한 지느러미 부분은 노란색이며 등쪽은 짙은 갈색이고,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에 암색 반점이 있다. 이에 반하여 국내산은 대체로 싱싱한 선어로 유통되고 있어 체형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수입산에 비하여 약간 작으면서 길어 보인다. 그리고 암갈색 바탕에 흑갈색 반문과 유백색 반문이 산재해 있다. 또한 국내산이라도 넙치와 가자미는 모양이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려우므로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알아 두면 좋다. 넙치는 눈이 왼쪽에 붙었으며 입의 윗턱이 눈보다 뒷쪽까지 이어져 있다. 그리고 양식산은 배의 흰부분에 검은색의 띠나 큰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하여 가자미는 눈이 오른쪽에 붙어 있는 점이 다르다.
** 참고자료
1.{식품사전} 2.{민족문화대백과} 3.{국내산과 수입수산물의 식별방법}, 수산청, 1992
@ 42.갈치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칼 모양의 바닷고기
갈치는 경골어류 갈치과에 속하는 바다물고기이다. 갈치를 칼치라고도 하는데 {역어유해}라는 문헌에 의하면 갈치를 '군대어'라 하고 한글로는 '갈티'라고 한다고 하였다. 또한 {자산어보}에서도 갈치를 군대어라 하고 있으며 속명을 '갈치어' 또는 칼치,도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명칭은 갈치의 생김새에서 유래한다. 갈치는 몸이 홀쭉하게 길고 얄팍한 띠모양으로 칼과 비슷하게 생겼다. 옛 신라 지역에서는 칼을 갈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일반화되어 오늘날에도 갈치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 한편 갈치의 모양이 칡넝쿨을 닮아서 칡'갈'자를 써서 갈치라고 한다는 설도 있으나 갈 자는 가차문자로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갈치는 비늘이 없고 선명한 은백색의 빛을 띠고 있다. 다 자란 갈치의 몸길이는 대략 석 자에서 다섯 자에 이르며 입은 크고 양턱과 구개골에 강대한 이가 있어서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갈치는 굶주릴 때는 같은 종의 꼬리를 뜯어 먹으며, 심지어는 제 꼬리까지도 뜯어먹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 등지느러미는 후두부에서 꼬리까지 온 등쪽을 차지하고 있으며, 배지느러미 및 꼬리지느러미가 없고, 뒷지느러미는 피하에 묻혀 있다. 갈치는 평소에는 일본 중부 이남, 태평양, 대서양의 열대부에 서식하다가 산란기인 8,9월 경에는 얕은 곳으로 이동해 온다. 알은 부유성으로 떠 다니며 연한 등색 다. 여기서 부화된 갈치새끼는 성어와 달리 몸이 길지 않으며 머리가 길다. 이러한 갈치새끼를 '풀치'라 한다. 이처럼 갈치는 원해성(원해성) 어족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전 연해, 특히 서남해에서 많이 나며 예로부터 다획성 대중어로 우리 민족들이 즐겨 먹었다. 특히 모심기철에 가장 많이 소비되었다.
성분
머리,내장,뼈,지느러미 등 약 35%의 폐기물을 제외한 가식부의 성분은 수분 74.8%, 단백질 18.0% 등등이다. 4∼5월에 난소가 숙성되어 지질이 많은 것이 더욱 좋은 맛을 낸다. 갈치는 흰살고기류 중에서는 비교적 수분이 적고 지질의 함량이 많은 편이다.
쓰임새
갈치는 주로 구이나 튀김, 조림 등으로 요리해서 먹는데 생선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고 말려서 먹기도 한다. 식용 외에도 피부에 있는 은백색의 가루에 침착된 구아닌의 결정을 모아서 인공진주의 원료로 쓰기도 한다.
이것이 토종
외국 바다에서 난 갈치는 몸집이 크고 머리가 굵으며 이가 강하다. 색깔은 조금 어두운 은빛을 띠고 있어 약간 거무스름하게 보이기도 하며 등지느러미가 굵고 억세며 표피는 거칠다. 또한 냉동되었다가 몸이 녹아서 풀렸을 때 안구가 노랗게 된다. 그리고 등쪽 육질 속에는 석회석(돌)이 들어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외국산 갈치는 조리를 했을 때 등뼈가 육질과 분리가 잘 되지 않는다. 국내산 갈치는 은백색 또는 은빛을 띄고 있어 색깔부터 차이가 난다. 눈 주위가 투명하며 눈동자가 검다. 지느러미와 고깃살이 연약하고 머리와 이가 대체로 작다. 그리고 수입산에 비해 실꼬리가 비교적 길다.
** 참고자료 1.{식품사전} 2.{국내산과 수입 수산물의 식별방법} 수산청, 1992.8 3.{민족문화대백과}
@ 43.돔
백 가지 물고기의 왕, 최고의 횟감
도미를 일러 백 가지 물고기(백어) 중에 왕이라 한다. 세계적으로는 130여 종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경사나 제사를 올릴 때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생선이다. 또한 도미의 회맛은 한번 보면 오랫동안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여러 가지 횟감 중에서도 도미가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대부분 도미를 하급 생선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국에서는 "돔 같은 것은 유태인이나 먹는 잡어"라고 하는가 하면 달팽이를 진미로 여기는 프랑스 사람들은 돔을 식충어라고 한다. 이밖에 미국이나 중국 등지에서도 돔은 잡어로 취급되어 별로 귀여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도미의 진가를 모르는 이런 나라 사람들을 일컬어 혹자는 '야만적'이라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도미는 지능이 대단히 발달된 어족이며 일부일처제의 도덕성 또한 엄격하다고 한다. 한 예로 일몰시각에만 도미들은 암,수가 교접을 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도미는 대단히 고등 진화과정을 거친 특유의 향과 담백한 맛을 지닌 생선이다. 게다가 도미는 수명에 있어서도 사람과 비슷하여 50년 가량 사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단정하게 균형 잡힌 몸매, 신비할 정도로 화려한 색채를 지닌 도미는 모든 어류 중에서도 고급 생선으로 대접받을 만한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도미는 농어목 도미과에 속하는 고기들의 총칭이다. 그리고 종류도 다양하여 참돔, 감성돔, 청돔, 새눈치, 황돔, 붉돔, 녹줄돔, 실붉돔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참돔으로 그 생김새도 퍽이나 아름답다. 이 참돔은 경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분홍색과 녹색의 광택을 띠고 있으며 청록색의 반점이 흩어져 있다. 또한 몸의 길이가 커서 1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수명도 길어서 40년 정도까지 살 수 있고 우리나라의 전 연안바다에 분포한다. 5월 경의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먼 바다에서 사는데 수심 30∼50m 사이의 암초지대가 주 서식지다. 1930년대 발견된 부산 동삼동 조개무지에서는 참돔의 뼈가 출토되었는데 턱뼈의 길이로 보아 몸 길이가 50cm 정도로 추정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로 미루어 도미는 이미 선사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에게 식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감성돔(흑돔)은 몸이 타원형이며 등쪽 외곽이 솟아나 있다. 몸빛은 전반적으로 회흑색이지만 배 부분으로 갈수록 색깔이 연하다. 몸 길이는 40cm 정도이고 내만성 어류로서 보통 40∼50m 정도의 얕은 바다에 산다.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 연해에 분포하며 4∼6월 경에 산란기를 맞이한다. 전새개골에 작은 톱니가 있으며 7∼8줄의 비늘이 있다. 또한 감성돔은 내만성 물고기로 깊이 40~50cm 이하의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데, 우리나라 중부 이남, 일본 중부 이남, 대만 등에 널리 분포하며 여름철에 맛이 좋다. 금눈돔은 몸길이가 30∼50cm 안팍으로 형체가 둥글고 납작하다. 눈은 고양이 눈처럼 황금색으로 빛난다. 몸색깔은 붉고, 복부쪽은 은백색, 비늘은 크고 거칠다. 몸색깔은 홍색, 황색, 회색, 흑색 등으로 연안성 어류이다. 우리나라 남해, 일본 전역의 바다 밑에서 서식한다. 이밖에도 우리나라 연해에 서식하는 도미로는 돌돔, 능성돔, 옥돔 등이 있다. 이 중, 옥돔은 우리나라 제주의 특산물로 머리가 뭉특하고 눈이 큰 것이 특징이다. 도미류는 선도가 비교적 오래 가므로 장기간 저장을 하더라도 맛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육질의 안정성은 좋지 않으므로 냉동은 좋지 않다. 따라서 얼음 저장을 하는 것이 좋다.
성분
감성돔은 전형적인 흰살고기로서 단백질, 지질, 비타민 A 및 수용성 비타민도 적당량 함유되어 있으나 비타민 C나 D는 그 함량이 적다. 칼슘(Ca), 철(Fe) 등의 함량도 적으므로 무기질의 공급원으로는 그다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돔의 엑기스에는 글루타민산을 비롯한 아미노산이 대단히 균형있게 들어 있고 육질에는 누클레오티드의 이노신산이 축적되어 있어 맛이 아주 좋다. 일곱줄의 세로줄 무늬가 있는 돌돔은 육질이 단단하며 연중 맛의 변화가 적은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능성돔은 붉은 홍색으로 단백질이 적은 반면 지방은 2배로 많아 최고의 맛을 지닌 횟감으로 쳐준다. 금눈돔류의 성분은 참돔과 유사하며 도미의 대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껍질(피부)의 붉은 색은 아스타크산틴이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이다.
쓰임새
'썩어도 돔'이란 말이 있듯이 돔의 육질에는 고도의 불포화 지방산이 적은데다 육질에 축적된 이노신산의 분해 속도가 아주 느려 신선도가 떨어지더라도 곧바로 맛이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횟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붉은 돔과 흑돔은 생선회 등 생식에 알맞고, 이밖에 가열조리(소금구이, 기름튀김 등)의 재료로 이용한다. 금눈돔류는 생식으로 회를 쳐서 먹거나 조림의 재료로 널리 쓴다. 색깔과 모양이 도미와 유사하지만 육질이 부드럽고 지방은 도미보다 훨씬 많다. 맛은 비교적 적으므로 양념을 하여 맛을 낸다. 도미류는 대부분 지질이 적어 담백한 맛을 내며 필수 영양소가 골고루 갖추어져 있고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간장과 신장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소화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것이 토종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도미류의 어족이 풍부하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이를 탐낸 일본 사람들이 우리 바다를 자주 침범하여 우리나라산 도미를 무단으로 잡아가곤 하였다. 오늘날 일본 사람들이 도미회를 필사적으로 즐기는 것도 예전에 우리나라 연해에서 잡아간 도미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도 있다. 일본의 {요리물어}라는 문헌에는 도미를 이용한 '고려자'라는 요리가 등장하는데 그 명칭으로 보아 이것도 우리나라에서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그 맛과 질이 우수한 우리나라산 도미도 근래에 와서는 어족이 고갈되어 귀한 물고기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틈을 타서 외국산 도미가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붉은돔(참돔)의 경우 수입산은 가슴지느러미가 길며 체형상으로는 등이 볼록하게 굽어있는 느낌을 준다. 색깔은 붉은색, 또는 도적색으로 짙은 편이며 복부 부분은 담색이다. 일본 연해에서 수입된 참돔은 국내산과 체형이 비슷하나 색깔이 담홍색으로 대체로 짙은 편이다. 국내산 붉은돔은 체형이 날씬한 유선형이며 머리가 대체로 둥근 편이다. 등에는 청록색의 반점이 있고 꼬리지느러미 끝에 검은띠가 있다. 몸체의 빛깔은 자연스런 선홍색을 띠고 있다. 은회색돔(감성돔)의 경우 수입산은 머리가 대체로 각이 져 있으며 입이 뾰족하다. 색깔은 검거나 회백색으로 바래져 있으며 등이 굽어 있고 두께가 얇은 어종도 있다. 옆에서 보았을 때 체고가 높다. 대체로 체형이 자연스럽지 못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국내 연안바다에서 건져올린 은회색돔은 체형이 매끄러운 유선형으로 자연스럽고 은회색의 광택이 난다.
** 참고자료 1.{식품사전} 2.{국내산과 수입 수산물의 식별방법}, 수산청, 1992.8 3.{민족문화대백과} 4.{생선과 건강}, 한국수산신보사
@ 44.굴비(참조기)
누런 황금색의 영광굴비가 토종
조기를 소금에 약간 절여서 통째로 말린 것을 굴비라 한다. 오징어, 명태, 문어 등 보통 물고기를 저장용으로 가공할 때는 딱딱한 포의 형태가 되지만 조기의 경우 말렸을 때도 꼬들꼬들하게 탄력성이 유지되며 그 맛도 증가한다는 점이 바로 굴비가 고급 요리재료로 각광을 받는 이유라 하겠다. '굴비'라는 명칭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속설이 전해온다. 굴비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고려 인종때부터다. 인종의 친척인 이자겸이 나랏일을 보다가 영광군 법성포로 귀양을 오게 됐는데 이곳에서 잡힌 조기를 먹어본 뒤 그 맛에 반하여 소금으로 간을 치고 바위에 말려서 임금에게 진상을 했다. 수랏상에 올라온 조기를 먹어본 인종은 그 맛에 감동하여 이자겸의 귀양을 풀어주었다. 조기 때문에 귀양에서 풀려 조정으로 돌아간 이자겸은 웬지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기를 진상한 일이 죄를 면하기 위한 아부가 아니고 신하로서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마음의 표현이라 하여 '굴비'라 일컬었던 것이 오늘날까지 명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조기에 간을 해서 말린 것이 굴비이다. 따라서 굴비를 알려면 조기, 그 가운데에서도 참조기에 대해 알아야 한다. 조기는 민어과에 속하는 바다물고기로서,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주요 어족의 한가지이다. 조기는 모양과 색깔에 따라서 참조기, 수조기(부세기), 백조기(보구치), 흑조기 등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 참조기가 가장 맛이 좋아 굴비의 재료로 쓰인다. 조기는 세계적으로는 약 16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그 중 80여 종이 미국 연해에 서식하며 유럽 연해에 20종, 열대지방 부근에 37종, 일본 연해에 14종, 그리고 우리나라 연해에는 11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른이 된 조기의 몸길이는 약 30cm 정도이며 몸 전체는 길쭉한 유선형이고 옆이 납작하다. 꼬리는 가늘며 몸색깔은 회색, 또는 황금색이다. 그리고 참조기는 몸이 통통하며 둥글고 배에 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또한 입술에 연분홍색 점이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조기가 많이 몰려드는 곳은 우리나라 서남해 일대인데 그중에서도 전남 위도, 황해도 연평도, 평북 대화도, 그 바다의 간석지에 많이 살며 발해만, 대만 근해에도 분포한다. 참조기는 3월 초 흑산도 근해에 회유 진입하여 황해 연안을 따라 북상하여 4월 하순부터 5월 중순 사이에 영광군 법성포 칠산바다에서 연평도 근해 사이에 집결하는데 이 때가 어획의 절정을 이룬다. 이 시기에 칠산바다가 나가면 참조기가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울음소리는 참조기가 산란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 숫놈과 암놈이 서로 부르는 신호다. 이러한 참조기를 잡아올려 천일염으로 염장을 하고 그늘에 매달아 적절히 말리것이 먹음직스런 '굴비'가 되어 우리 밥상에 오르는 것이다.
성분
생선류가 포함하고 있는 성분들은 계절에 따라 함량의 변동이 있다. 따라서 같은 물고기라도 어획하는 시기에 따라 각각 맛이 다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참조기는 이른 봄 산란기에 잡아올린 것이 영양이 풍부하며 맛이 좋다. 일반적인 생선류처럼 조기에는 양질의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또한 고도불포화지방산과 같은 지질이 많이 들어 있으며 탄수화물과 회분을 약간씩 함유하고 있다.
쓰임새
조기는 주로 국이나 매운탕, 찜으로 먹으며 굴비는 통째로 굽거나 기름에 튀겨서 먹는다. 또한 소금구이나 조림으로도 이용된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조기가 기운을 복돋워주는 생선이라 하여 즐겨 먹었으며 산모나 환자의 회복용으로도 많이 이용하였다. 그리고 굴비를 보리 속에 오랫동안 넣어둔 뒤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굴비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조기는 관혼상제의 의식을 치룰 때 꼭꼭 상에 올랐다. 그래서 조기는 조상 앞에 먼저 바친 다음에 먹는 것이 불문율로 여겨지기도 했다. 조기는 일반가정에서 민간요법의 재료로도 활용하였다. 이를테면 독충에 물렸을 때 굴비 껍질을 상처에 붙였으며 이는 위장이 허약할 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온다. 한편 {개보}라는 고서에는 '조기는 순채와 함께 국을 끓여 먹으면 위장을 좋게 하고 기운을 늘린다. 구워 먹으면 이뇨에 좋고 설사와 복부팽만감을 다스린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토종
우리나라에서 조기가 많이 나는 곳은 영광군 법성포와 연평도, 대화도 등지이다. 그러나 연평도 굴비의 맛은 영광굴비에는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굴비의 고장은 단연코 영광이다. 전남 영광군 법성포구 주민들은 하루 일과를 온통 조기와 함께 살아간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굴비의 양이 전국 생산량의 90%를 차지한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 영광굴비가 특별한 맛과 질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기는 본래 동지나해, 즉 제주도와 중국 상해 사이의 난류가 흐르는 바다에서 월동을 한다. 그러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 알을 낳기 위해 한류 쪽으로 북상을 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서해안을 거쳐 멀리는 만주 발해만까지 북상한다. 법성포 앞 칠산바다는 수심이 얕고 바닷물의 온도가 적당하여 조기의 산란장으로 적합하다. 따라서 이곳으로 수많은 조기떼가 몰려들게 되고 이 때 잡은 조기는 산란 직전이라 알이 통통하게 배어 있다. 이 조기는 영양가가 풍부하고 기름져서 '알배기 참조기'라고 따로 부른다. 반면 조기가 이곳에 이르기 전인 추자도나 흑산도 부근에서 잡은 것은 물이 완전히 오르지 않아서 조금 부실하고 연평도 이북에서 잡은 것은 산란을 해버린 뒤라서 기름기가 없고 색깔 또한 거무죽죽하여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영광굴비가 우수한 또 한가지 이유는 특유의 가공방법에 있다. 3월경, 성어기가 되면 영광에서는 통풍이 잘되는 원두막이나 통나무 장대에 알밴 조기를 총총히 매달아 그늘에서 말린다. 이렇게 말린 것을 통보리 속에 넣어 저장한다. 이 때, 건조하는 조기는 냉동되지 않은 것을 써야 한다. 만일 얼음으로 냉동한 조기를 쓰면 건조할 때 썩어버리거나, 썩지 않더라도 제맛을 낼 수가 없다고 한다. 영광굴비의 진짜 비법은 간을 맞추는데 있다고 한다. 소금의 양이나 염장하는 기간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은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야 제대로 맞출 수가 있다. 또한 영광굴비는 1년 이상 간수가 잘 빠진 천일염을 쓴다. 간수가 잘 빠진 천일염은 천연 미네랄 성분만 남아 맛이 고소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독특한 가공법으로 전통의 맛을 자랑하던 영광굴비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저인망식 어로법으로 바다밑바닥까지 훑어내는 바람에 새끼조기까지 한꺼번에 잡아버려서 어족 자체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칠산어장에서도 알배기 참조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 같이 사라져 가고 있는 영광굴비 또한 애써 보존해야 할 우리의 토종이라 할 수 있겠다. 근래에는 수입개방의 물결을 타고 참조기도 수입되고 있는데 그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수입산 조기는 지느러미가 크고 비늘이 거칠며 꼬리가 길고 넓은 편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수입되는 조기의 경우 몸 전체가 흰색이나 회색을 띤다. 종류에 따라서는 눈, 복부, 지느러미 등이 붉은색을 띠는 것도 있다. 반면에 영광굴비는 배 부분이 누런 황금색을 띠고 있다. 그리고 몸 전체가 다소 두툼한 편이며 육질이 연약하다. 특히 꼬리가 짧고 두툼하며 두꺼운 편이다. 한가지 유념할 사실은 똑같이 국내산이라도 부세를 참조기라 속여파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 차이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부세는 참조기에 비하여 측선이 가늘고 체형도 가늘며 긴 편이다. 또한 머리가 몸에 비하여 큰 편이고 몸통의 비늘이 크다. 꼬리자루 길이는 길고 가늘다. 이와 같은 특징을 알고 있으면 참조기를 제대로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 참고자료
1.{식품사전} 2.{약용음식물백선},보건신문사 3.월간 {건강저널} 90.6 4.{기초식품학}, 지구문화사 5.{국내산과 수입수산물의 식별방법} 수산청, 1992.8 @
45.오징어
까마귀의 적 오적어
십완목 오징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을 총칭하여 오징어라 한다. 옛문헌에 나오는 기록들을 보면 그 명칭을 우리말로 오중어, 오증어, 오ㅈ어, 오직어 등으로 적고 있다. 그리고 한자어로는 '오적어'를 표준으로 쓴다. {자산어보}에 오징어의 명칭에 대해서 상세하게 논한 대목이 있는데 대략 다음과 같다. '남월지에서 이르기를 그 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매일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것을 보고 죽은줄 알고 쪼면 그 까마귀를 잡아끌고 물 속으로 들어가 먹으므로 오적이라 이름 지었는데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오징어의 명칭이 혼동되어 쓰이고 있다. 이를테면 오징어를 흔히 갑오징어라고 하고 피둥어꼴두기를 오징어라고 부르는 경우 등이다. 오징어과의 동물들은 몸이 몸통, 머리, 발로 구분되는데 몸통은 타원형이고 한 쌍의 옆지느러미는 좁게 몸통을 따라 붙어 있으며 보통 몸 뒤에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오징어의 발은 다섯 쌍으로 열 개가 있는데 이 중에 특별히 긴 한 쌍이 더듬다리이다. {자산어보}에서는 오징어의 명칭과 함께 그 생김새도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오징어는 등에 긴 뼈가 있는 타원형이다. 살은 매우 무르고 연하며 알이 있다. 또한 속에 주머니가 있어 먹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만일 오징어를 침범하는 것이 있으면 그 먹물을 내뿜어서 적을 현혹시킨다. 그 먹물을 취하여 글씨를 쓰면 색이 매우 윤기가 있다. 그러나 오래되면 벗겨져서 흔적이 없어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것을 다시 바닷물에 넣으면 먹의 흔적이 살아난다.' 오징어의 특징 중에서도 몸통 안에 시커먼 먹물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면 그 먹물은 오징어를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방어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오징어가 뿜어낸 이 먹물을 보고 도리어 오징어를 잡기도 한다. 또한 사람들은 오징어의 먹물을 약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오징어는 일생에 단 한 번 산란을 한다. 즉, 오징어는 생식 주기를 되풀이 하지 않고 1년간 대단히 빠른 속도로 성장을 진행하다가 알을 까놓고 일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는 고도의 운동능력과 특수한 섭이양식과 효율적인 소화, 흡수방식에서 기인한다. 또한 오징어는 수온의 변화에 잘 견딘다. 낮에는 주로 5-15℃ 정도로 온도가 낮은 저층에 있다가 밤에는 수면층으로 부상하는데 한 시간에 5-6℃의 온도변화에서도 충분히 견뎌낸다. 그리고 환경변화에 민감한 성질도 가지고 있다. 예컨데 쾌적한 환경에서는 몸체가 아주 투명하여 내장까지 들여다 보일 정도지만 흥분하여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적갈색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수족관 등에서 키우고 있는 오징어의 색깔을 보고 그 수족관의 환경 상태를 짐작할 수도 있다.
성분
오징어 몸통을 구성하고 있는 주요성분은 수분(82%), 단백질(15.6%), 지질(1.0%), 회분(1.5%), 등이며 이밖에 소량의 칼슘, 인, 철, 나트륨, 칼륨, 비타민 등이 들어 있다. 특히 오징어는 콜레스테롤치가 높다. 그러나 오징어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은 양질(HDL)의 것으로, 오징어 근육에 다량 함유된 타우린이 콜레스테롤을 억제하여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게 하고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시켜 당뇨병, 심장병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에 예방효과가 크다. 게다가 오징어가 성숙기에 이르면 타우린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여 무려 육질의 34%나 되는 엄청난 양을 함유하게 되는데 오징어를 말릴 때 표피에 생기는 하얀 가루가 바로 타우린이다. 따라서 마른 오징어를 먹을 때는 이 가루를 털지 말고 그대로 먹어야만 귀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오징어의 먹물에는 암세포의 발생을 억제하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일본에서는 이 먹물을 제암제(제암제)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쓰임새
오징어는 맛이 감미로워서 회나 포감으로 쓰이는 대표적인 연체 동물이다. 살은 성질이 무난하며 주로 살짝 데쳐서 식용하거나 회를 쳐서 먹기도 한다. 그러나 오징어는 역시 마른 오징어의 수요가 압도적이다. 술안주나 기호품으로 각광을 받는 마른 오징어는 근래에 들어와 그 유통량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오징어는 살 뿐만 아니라 뼈, 그리고 시커먼 먹물 까지도 쓰임새가 있다. 먹물은 제암제)로 사용되며 오징어뼈는 상처를 아물게 하는 데 쓴다. 오징어 뼈는 제독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를 들어오징어 뼈를 우물에 넣으면 그 안에 있던 벌레들이 모두 죽는다고 한다. 각 해안지방에는 오징어를 이용한 고급요리가 발달되었는데 지방마다 각양각색이다. 예를 들어 강원도 향토음식의 하나인 오징어순대는 오징어의 몸통에 소를 넣어 익힌 것으로 중요한 잔치상에는 빠질 수 없는 별미다. 이것을 만드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우선 오징어의 내장과 뼈를 몸통을 가르지 않고 손가락으로 밀어서 빼낸다. 그리고 껍질을 벗긴 다음 다리도 떼어내어 끓는물에 데친다. 물기를 짠 두부와 데친 숙주, 그리고 고추, 파, 마늘 등을 오징어 다리와 함께 잘게 썰어 여기에 소금, 후추가루 등의 양념을 하고 계란을 풀어서 소를 만든다. 이렇게 준비한 소를 오징어 몸통에 적당히 채우고 찐 다음 식혀서 썰어놓으면 훌륭한 오징어순대가 된다.
이것이 토종
오징어는 외국에서 직접 수입된다기 보다는 국내 어선들이 멀리 남태평양까지 진출하여 잡은 원양산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온다. 이 때문에 울릉도 부근에서 잡은 진짜 우리바다 오징어까지 헐값에 팔리고 있다. 원양어선은 한 번 출항하면 수 개월씩 조업을 하기 때문에 곧바로 냉동 보관된다. 이렇게 오랫동안 보관된 오징어는 염분이 육질에 배서, 이것을 말리면 짜고 딱딱해져 맛이 떨어진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원양산 냉동오징어를 울릉도산으로 속여 파는 경우이다. 옛날부터 '오징어' 하면 우리나라 울릉도산을 최고로 쳐주기 때문에 수입산이나 원양산을 속여 파는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산 오징어는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포클랜드, 페루 연안 바다에서 잡아온 것이다. 이러한 수입산 오징어는 냉동상태와 마른오징어 상태로 국내에 반입되는데 냉동오징어의 경우 국내에 와서 건조되는 장소와 방법에 따라서 각각 맛이 달라지기도 한다. 울릉도 오징어는 빨판이 작지만 뚜렷하게 많이 달려있으며 늘리거나 누르지 않아서 몸체가 두껍다. 또한 가운데 쪽 다리나 바깥쪽 다리가 모두 굵기가 일정하고 먹어보면 육질이 딱딱하지 않고 쫄깃쫄깃하면서 맛이 구수하다. 그리고 울릉도산은 1축(20마리)을 묶을 때 가운데 허리부분을 다리로 직접 묶은 것이 특징이다. 또 다리 사이로 끼운 나무도 대나무를 사용하며 1축당 무게는 울릉도산이 2kg 정도로 가벼운 편이다. 반면 수입산 오징어는 속초나 묵호 등지에서 말리는데 지금까지는 1축을 묶는데 노끈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다리 사이에도 대나무 대신 수수깡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공방법은 울릉도산을 따라 바뀔수도 있음직하다. 따라서 다른 특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수입산은 빨판이 많이 떨어져 나갔고 대체로 맛이 짜다는 점을 일반적인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또한 산지에 따른 수입산 오징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아르헨티나산 오징어는 울릉도산과 가장 유사하지만 늘려서 말리기 때문에 넓은 대신 두께는 얇다. 그리고 가운데 쪽 다리보다 바깥쪽 다리가 가늘다든지 굵기가 일정하지 않는 등의 특징을 들 수 있다. 또한 맛이 짜고 딱딱하다. 페루산 오징어는 일반 매점에서 '문어다리'라며 팔고 있다. 이것은 몸통이 대단히 커서 채로 썰어 안주용 진미로 먹는다. 그러나 육질이 매우 질기다. 포클랜드산 오징어는 일명 무라사끼라고 하는데 가장 맛이 없다. 또한 검붉은 빛을 띠고 있으며 냄새가 좋지 않다. 따라서 튀김용으로나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자료 1.월간 {소비자시대}92.8 2.{국내산과 수입수산물의 식별방법}, 수산청, 1992.8, 자료집 3.{생선과 건강}, 수산신보사 4.{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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